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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의 검정고시 정요석 202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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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에 별로 뜻이 없던 우리 집 막내는 고등학교 1학년인 작년 11월에 자퇴했다. 이후 집에서 혼자 검정고시를 준비하였는데, 혼자서 공부하며 학문의 즐거움을 점차 느끼는 것 같다. 막내이기에 더 어려 보이고 더 어설퍼 보였던 그가 지난 주 목요일에 검정고시를 보았다. 그를 데려주고 데려오며 세월 속에서 한 뼘 자랐음을 느꼈다.

어제 이른 새벽에 자녀 5명을 데리고 어머니 묘소에 다녀왔다. 6년 전에 소천하신 어머니는 자녀 5명을 정성스럽게 키워주셨다. 할머니가 죽었다고 서럽게 우는 손자들이 드물 것인데, 우리 집 아이들은 서럽게 울었고, 할머니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에 부활의 필요성까지 느꼈다. 묘소를 다녀와서 콩나물국밥 집에서 아침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집으로 와서 내가 내린 커피와 갓 구운 빵을 먹으며 대화의 꽃을 피웠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아픈 삶을 이야기 하며, 나의 어린 시절의 고생을 이야기 하며 서로의 시각과 정을 나누었다. 그들이 이렇게 깊이 소통할 수 있는 안목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놀라움이 들었다.
어제 저녁에는 요리를 잘 하는 막내가 고기를 구워 주었다. 막내는 비위가 약한 내가 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게 고기를 잘 굽는다. 말이 별로 없는 막내가 정성스럽게 고기를 구워 나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이삭이 에서와 야곱이 요리해준 음식을 맛있게 먹는 이유를 알 듯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보다 성장하니 키우는 일이 때로 버겁다. 내 능력을 넘어서는 일들이 발생한다. 그들의 삶과 신앙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 줄 말과 관계의 빈약함을 느끼고, 그들의 진로를 뒷받침해 줄 재정의 부족함을 느낀다. 그래도 그들이 느린 듯 하면서도 신앙과 시각에서 성장함을 확인할 때에 그리고 그들의 표현과 행동에서 한 가족의 정을 깊이 느낄 때 보람이 있고 기쁨이 있다.
정이란 무엇일까? 돈도 되지 않고 현실적 유익함이 별로 없는 정이 무엇일까? 자녀들은 보기만 해도 사랑스럽고, 특히 부모를 위하는 행동을 조금만 봐도 감동이 되고 흐뭇하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보실 때 이러실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영원한 독생자를 내주시기까지 하셨다. 다섯 자녀를 키우며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더 이해하게 된다. 아버지의 쓸쓸함이 때로 서럽게 사무치기까지 하고, 어머니를 아프게 했던 나의 말과 행동이 부끄럽고 너무 미안하다. 천국에 가면 꼭 다시 미안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내 자녀들의 어설픔과 실수를 나의 넓어진 마음에 모두 담아내며 이들이 실수를 통해 배우고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 깊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하게 된다. 자녀에 대한 나의 계획과 의도는 갈수록 너덜해지고, 인생극장에서 세월의 풍화작용을 통해 키우시는 하나님께 자녀를 더욱 맡기게 된다. 인생이란 사랑의 가치를 배워가는 것이고, 자신의 한계를 갈수록 깨달으며 하나님께 더욱 맡기는 과정이리라!

-사진 설명: 2011년에 청계천에서 넷째와 다섯째와 찍은 사진, 그리고 막내의 최근 독사진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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