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 은혜의 말씀과글 >
의처증과 집착 정요석 2025-07-22
  • 추천 0
  • 댓글 0
  • 조회 15

http://seum.onmam.com/bbs/bbsView/15/6544987

친한 친구의 어머니는 의부증이 있었다. 친구의 아버님이 80세가 되어서도 어머니의 의심은 멈추지 않았다. 친구는 어느 날, 그 이야기를 꺼내며 눈물을 흘렸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의부증으로 집안에 드리운 긴장과 고통이 성인이 된 때까지도 그의 삶을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밝고 활기찼던 친구의 눈물을 보며 의처증과 의부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누구나 배우자의 행동이 의심스러울 때, 어느 정도의 합리적 의심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을 때 상대가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이는 병적인 의심이 아니다. 의처증이나 의부증에 빠지면 아무리 논리적이고 분명하게 설명해도, “넌 거짓말을 하고 있어”, “증거를 숨겼지”, “네 표정을 보면 알아라며 끝없는 의심과 추궁, 감시와 통제를 반복한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자신이 빠져 들어간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집착적 의심은 망상장애(delusional disorder)의 한 유형으로 분류된다. 망상장애는 현실과 맞지 않는 확고한 망상(믿음)을 가지지만, 그 외의 인지 능력이나 일상생활 기능은 비교적 정상인 경우가 많다. 특정 주제에 과도하게 몰두하며, 그것이 삶의 중심이 되어버린다. 다른 주제로 옮겨가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 집단적 양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사람은 어떤 대상에 집착하게 되면, 마치 현미경이나 집음기를 들이댄 듯 그 대상이 왜곡되고 과장되어 인식된다. 예컨대 층간소음 문제도 처음에는 가볍게 지나치던 소리가 어느 순간 인식이 되면 그때부터 신경이 쓰이는 큰 소리로 들리고, 나중에는 일상 자체를 파괴하는 고통으로 증폭된다. 실제로는 소음이 크지 않더라도, 인식하는 방식이 달라지면 그 고통은 극심해진다. 다수의 사람이 동시에 비현실적이고 근거 없는 믿음을 갖는 집단적 망상은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며 강화된다. 일단 그 프레임에 빠지면, 주변의 많은 정보가 그 믿음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목회 사역과 인생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는, 큰 문제를 만났을 때는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고, 적당히 몰입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집착하면 할수록 감정은 날카로워지고, 머릿속에서 사실은 왜곡되고 확대되며, 스스로 만든 소설에 빠져든다. 해결책이 가까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남을 탓하거나 자신을 정죄하면서 깊은 불안에 갇힌다. 오히려 문제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것이 해법의 실마리가 된다.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의 정보 습득 방식에 제한이 있음을 인정하고, 인간관계의 편중으로 인한 편견을 자각하며, 자신의 관점이 쉽게 변화하지 않음을 받아들이며, 타인의 진심 어린 조언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태도가 내 삶에 평안과 유익을 가져다줌을 나는 갈수록 깊이 느낀다.

 

지난 삶을 돌아보면, 왜 그렇게 어리석게 해석하고,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했는지 부끄럽다. 보아도 보지 못했고, 들어도 듣지 못했으며, 깨닫지 못했다. 조금만 눈을 돌려도 주변에 널린 증거들을 보았을 터인데 왜 그토록 외면했는지 어리석고 후회스럽다. 지금도 여전히 마음이 완악하여져서 귀는 듣기에 둔하고 눈은 감아버린다. 가능한 한 편견과 고집, 즉각적인 감정 반응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보고 들으려 하지만, 참 쉽지 않다. 탁구를 잘 치는 법도, 설교를 잘 전달하는 비결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 지혜도 결국은 내 안의 고정관념과 아집을 버리는 데서 시작된다. 나의 힘으로는 도무지 되지 않기에, 오늘 새벽에도 간절히 기도하였다. 주님, 제 눈을 열어 보게 하시고, 제 귀를 열어 듣게 하소서. “너희 눈은 봄으로, 너희 귀는 들음으로 복이 있도다

 ​ 

    추천

댓글 0

자유게시판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추천 조회
다음글 커피 그리고 하나님 말씀 정요석 2025.07.18 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