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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 정요석 20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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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생전에 팥죽과 호박죽을 자주 쑤셨다. 여러 전통음식을 손이 많이 가더라도 손수 정성스럽게 하셨다. 어머니께서 2년 반 전에 가신 후로 그 음식맛을 못 보니 간혹 음식을 인해서도 어머니가 그립다.

 

어제 아내가 팥죽을 해주었다. 어머니가 하시던 방식 그대로 삶은 팥을 채에 물을 부으며 으깨어 껍질은 제거하고 속만 걸러내었다. 새알심은 두 아들과 함께 내가 만들었다. 가족들이 모레면 군에 입대하는 아들과 팥죽을 만들며 깊은 정을 나누었다. 전통 음식은 손이 많이 간다. 집안 식구들 모두가 참여하며 동질감을 느끼고 웃음꽃을 피운다. 남정네도 땔감을 마련하고 군불을 피우는 등 힘쓸 일을 통해 존재감을 느낄 기회가 많다. 어머니 생전에 반죽은 내 차지여서, 반죽에 나름 일가견이 있고, 호박 껍질을 칼로 제거하고 자르는 일에도 나름 일가견이 있다.

 

어제 팥죽을 먹으니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그 맛 그대로이다. 아내나 나나 어머니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이 미어진다. 어느덧 아내와 내가 자녀들을 거느리고 팥죽과 호박죽을 만들고 있다. 모레면 둘째가 입대한다. 앞으로 몇 년 지나면 자녀들이 이런 저런 일로 하나씩 집을 떠날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더 흐르면 각자 주어진 소질과 은사대로 자신의 역할을 하다 이 세상마저 떠날 것이다. 하나님께서 계시지 않는다면 우리가 소중하게 누리는 가족 간의 정,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이들과의 추억, 그들에 대한 그리움이 모두 소용이 없다. 우리 신자들은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재회의 소망도 하나님을 인하여 품을 수 있고, 그래서 현재를 기쁘게 열심히 살 수 있다.

 

어제 팥죽을 만들어 몇 성도들과 나누었다. 우리 가족이 기울인 정성과 정을 나누었다. 그렇게 섬길 성도들이 있고, 목사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성도들이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오늘 남은 팥죽을 먹는데 참 맛있다. 우리 자녀들이 이 방법을 익혀 그들이 가족을 이룬 후에도 같이 팥죽을 만들며 깊은 사랑을 나누기를 바라고, 더욱이 신앙을 나누고 기뻐하는 이들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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