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의 어머니는 의부증이 있었다. 친구의 아버님이 80세가 되어서도 어머니의 의심은 멈추지 않았다. 친구는 어느 날, 그 이야기를 꺼내며 눈물을 흘렸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의부증으로 집안에 드리운 긴장과 고통이 성인이 된 때까지도 그의 삶을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밝고 활기찼던 친구의 눈물을 보며 의처증과 의부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누구나 배우자의 행동이 의심스러울 때, 어느 정도의 합리적 의심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을 때 상대가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이는 병적인 의심이 아니다. 의처증이나 의부증에 빠지면 아무리 논리적이고 분명하게 설명해도, “넌 거짓말을 하고 있어”, “증거를 숨겼지”, “네 표정을 보면 알아”라며 끝없는 의심과 추궁, 감시와 통제를 반복한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자신이 빠져 들어간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집착적 의심은 망상장애(delusion